[요한복음 2장 1-11절 | 최병희 목사]
예수님의 사역에 따라 요한복음을 둘로 나누어 보면 1-12장까지, 13-21장 까지입니다. 전반부는 1:1-18까지 예수님의 성육신에 대하여 기록한 이후에 12장까지 예수님의 표적과 선언이 나타납니다. 예수님은 공개적으로 백성들을 가르치고, 병든 자를 고치고, 배고픈 무리를 먹이셨습니다. 이때 7가지 표적들을 행하심으로 요한복음을 표적의 책이라고도 부릅니다.
전반부에서 예수님의 사역이 공개적으로 이루어졌다면 13장부터의 후반부에서는 비공개적으로 이루어집니다. 13장부터 17장은 예수님께서 자신의 제자들에게만 따로 집중적인 가르침을 주십니다. 18장부터 21장까지는 예수님의 고난과 부활에 관하여 말씀하시는데 이제 곧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셔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요한복음의 후반부를 가리켜 수난의 책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요한은 기적(miracle)이라는 단어를 안쓰고 표적(sign)이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표적의 뜻은 새번역에 보면 “예수의 신성을 보여주기 위한 상징으로서의 기적” 이렇게 설명해 놓았습니다. 넓게 보면 기적이나 표적이나 똑같은 뜻이지만 기적이라는 말은 단순히 놀라운 초자연적인 사건을 뜻하고, 표적이라는 말은 그 사건이 주는 의미에 더 강조점을 두고 있습니다. 표적의 목적은 요한복음의 기록 목적대로 (요한 20:30) 예수님을 믿고 영생을 얻게 하는데 있습니다.
오늘의 본문은 “사흘째 되던 날”로 시작합니다. 본문 바로 앞에서 예수님은 빌립과 그의 친구 나다나엘을 자신의 제자로 부르시며 “내가 너를 무화과나무 아래에서 보았다 하므로 믿느냐? 이보다 더 큰 일을 보리라” 약속하셨습니다. 나다나엘은 삼일 만에 자신의 고향 갈릴리 가나의 결혼식에서 예수님이 약속한 이보다 더 큰 일 즉, 물을 변화시켜 포도주로 만드는 첫 표적을 경험하는 영광을 맛본 것입니다.
물이 귀한 지역이고 포도가 많이 나는 지역적인 특성 때문이라 유대인들은 잔치에서 포도주가 굉장히 중요한 음식입니다. 우리처럼 잠깐 혼례식의 잔치를 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보통은 며칠씩 하는데 그만 포도주가 모자라게 된 것입니다. 마침 예수님께서도 그 잔치에 초대를 받아 제자들과 함께 가셨는데 마리아가 예수님께 포도주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을 하는 겁니다.
그의 말을 들으신 예수님은 “아들 맞나?” 싶을 정도로 아주 이상한 대답을 하십니다. "여자여 나와 무슨 상관이 있나이까? 내 때가 아직 이르지 아니하였나이다" 유대인들이 여자여! 라고 부르는 것은 높은 존경의 의미를 담고 말을 하는 것으로 예수님은 공생애를 시작했기에 이제는 더이상 육신적인 어머니와 아들의 관계가 아니라 자신은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인생길에 무엇이 모자라십니까? 문제없는 인생은 없습니다. 마리아처럼 예수님께로 나아가 “포도주가 없다”(3절)고 여러분의 부족함을 아뢰십시오? 여러분의 근심과 걱정과 아픔을 아뢰십시오! 이 문제를 접한 예수님은 처음에는 "내 때가 아직 이르지 아니하였나이다!" 거절하는 것 같았지만 7절에 보니까 “항아리 아귀까지 물을 채우라! 8 이제는 떠서 연회장에게 갖다 주라” 말씀을 하십니다.
이 명령에 하인들은 순종하였습니다. 한 항아리에 23리터 정도의 물을 부을 수가 있었으니 138리터 정도, 한사람에게 열잔씩 돌아가도 이 삼백명분을 대접할 만한 많은 분량의 물을 부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 많은 물을 퍼나르면서 불평불만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큰맘 먹고 거기까지는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떠서 연회장에게 갖다 주라”는 명령에도 순종합니다. 더군다나 그 돌항아리는 정결예식에 사용하는 항아리입니다. 그러니 아무리 하인이라고 할지라도 “정신 나간 소리하지 말라! 어떻게 이 물을 포도주라고 갔다 주느냐? 사람들이 욕하고 망신 주면 당신이 책임질 거냐? 이 결혼식을 다 망치는 일을 나는 할 수 없다” 고 항의하며 데모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순종했습니다.(8절) 이 순종이 예수님의 기적을 일으키는 마중물이 되었습니다.
결국 순종함으로 하인들은 예수님의 첫번째 기적을 체험하는 기적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문제를 가지고 하나님께 나가면 나의 길과 하나님의 길이 틀릴 때가 있습니다. 내 생각과 하나님의 생각이 너무도 다를 때가 있습니다. 순종하려고 해도 너무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인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기적은 과학을 뛰어넘고 우리의 이성을 뛰어넘을 때 일어나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어떻게 우리 작은 인간의 생각 속에 갇힐 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때로 자신이 무척 똑똑한 체하면서 무한하신 하나님을 내 생각 속에 가두어 놓는 잘못을 범합니다. 물론 합리적인 이성을 무시하거나 상식적인 수준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그러나, 그런 사람에게는 이성을 뛰어넘은 초자연적인 기적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요한복음의 기록 목적은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되심을 증거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 요한복음을 읽고 듣고 묵상하고 암송하면서 여러분의 작은 생각 속에 가두어둔 예수님을 해방시켜 주시길 바랍니다. 여러분의 그 부정적이고 인간적인 생각들을 깨버리시길 바랍니다. 하나님께서 무엇을 말씀하셔도 순종하는 여러분 되시길 바랍니다. 그럴 때 하나님께서는 극상품 포도주처럼 최고의 축복을 허락해 주실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처음 제자들을 위해 이런 기적을 행하셨다면 오늘의 나를 위해서도 동일한 기적을 행하시지 않겠습니까? 갈릴리 가나라는 초라하고 작은, 이름 없는 마을에서 이런 기적을 행하셨다면 나의 가정에서, 내가 살아가는 삶의 자리에서 동일한 기적을 행하시지 않겠습니까?
이름도 표기되지 않은 무명의 가정입니다. 신랑 신부의 이름도 없습니다. 그런 무명의 가정을 위해서 이런 기적을 행하셨다면 나 같은 무명의 사람을 위해서도 동일한 기적을 행하시지 않겠습니까?
하나님은 오늘도 살아계십니다. 새해가 시작되었지만 아직도 해결되지 못한 어떤 문제가 있으십니까? 예수님께 나가 그 문제를 예수님의 손에 올려드리십시오. 무엇을 말씀하시든지 순종하십시오!! 물이 변하여 포도주가 되는 기적을 맛볼 것입니다.